세계테마기행 – 3부. 오래된 시간을 걷다, 자이┃야구의 함성과 향 내음 속에 핀 민초들의 기도, 시간이 멈춘 거리의 생동감
대만 중남부의 역사 도시 자이에서 식민지의 설움을 이겨낸 야구의 역사를 반추하고, 대물림되는 나눔의 가치와 간절한 염원이 담긴 향 문화의 본질을 통찰한다.
- 1931년 고시엔 준우승의 기적을 일군 자이 농림학교 야구부는 민족과 국경을 넘어선 스포츠 정신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자이의 자부심이다.
- 90세 할머니가 운영하는 500원 소고기 내장탕 식당은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지역 공동체를 보듬는 나눔과 선행의 성소와 같다.
- 신강 향예술문화원에서 목격한 향 제조 공정은 대만인의 일상에 스며든 기도와 명상의 문화를 시각적, 후각적 예술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 윈린 바다 마을의 어란 제조 과정은 숭어알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 어부들의 손길을 통해 식재료에 대한 경외심과 장인 정신을 증명한다.
▌Travel Introduction
대만 중남부의 고도 자이는 오래된 시간이 퇴적된 거리마다 민초들의 뜨거운 함성과 간절한 기도가 켜켜이 쌓여 있는 도시입니다. 이번 여정은 도심 한복판에서 여행자를 반기는 야구선수 동상으로부터 시작하여 1931년 일본 고시엔 대회를 뒤흔들었던 자이 농림학교 야구부의 투혼을 되살려봅니다. 식민지라는 척박한 토양 위에서 피어난 그들의 열정은 오늘날 자이 시민들에게 여전히 살아있는 자긍심이자 도시를 지탱하는 정신적 지주입니다.
자이의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시간의 흐름조차 잊게 만드는 따뜻한 온정과 일상의 경건함을 마주하게 됩니다. 90세의 연세에도 대학생들을 위해 단돈 500원에 소고기 내장탕을 내놓는 할머니의 손길은 미식의 기준을 ‘맛’에서 ‘마음’으로 옮겨놓는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또한 대만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향 문화는 성황묘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개인의 안녕을 넘어 공동체의 평화를 비는 간절한 염원으로 치환됩니다.
여정의 마지막은 윈린의 고요한 바다 마을에서 숭어알을 보석처럼 다듬는 어부들의 정직한 노동으로 장식됩니다. 돼지 내장으로 터진 어란을 수선하는 섬세한 작업부터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어란의 행렬은 자이가 간직한 ‘기다림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시켜 줍니다. 역사의 함성부터 종교적 경건함, 그리고 바다의 풍요까지 아우르는 자이의 오래된 시간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Travel The Main Discourse
Travel Episode 1. 기본정보
- 기획 : 추덕담
- 방송일시 : 2월 25일 수요일 오후 8시 40분
- 연출 : 이훈(미디어길)
- 글 구성 : 주꽃샘
- 촬영감독 : 김용수
- 큐레이터 : 김진곤(중국어과 교수)
- 주요 배경 : 자이 시내(야구 동상, 성황묘), 신강 향예술문화원, 윈린 바다 마을
- 핵심 주제 : 자이 농림학교의 야구 역사와 대물림되는 나눔의 미학, 그리고 대만 전통 향 문화와 어란 제조의 정성 탐방
Travel Episode 2. 그라운드 위의 투혼과 500원의 기적
자이 도심의 상징인 야구선수 동상은 1931년 일본 고시엔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만 전역에 희망을 쏘아 올린 자이 농림학교 야구부의 상징입니다. 당시 대만인, 일본인, 원주민이 섞여 하나의 팀을 이룬 그들의 서사는 차별과 억압의 시대를 실력과 단합으로 돌파한 감동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입니다. 야구공 하나에 담긴 그들의 땀방울은 오늘날 자이를 야구의 성지로 만들었으며 방문하는 이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의 가치를 전합니다.
외식 물가가 저렴한 대만에서도 경이로운 가격인 500원 소고기 내장탕을 파는 90세 할머니의 식당은 자이의 숨은 보물과 같은 공간입니다. 근처 가난한 대학생들이 배를 곯지 않게 하려는 할머니의 고집스러운 선의는 수십 년간 이어져 내려오며 수많은 이들의 몸과 마음을 데워주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해 솥을 끓이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나눔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식당에서 맛보는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할머니의 인생과 사랑이 농축된 한 그릇의 보약입니다. 학생들의 안부를 묻고 넉넉히 건네는 국물 한 국자에는 어떠한 수식어로도 표현하기 힘든 인간적인 온기가 서려 있습니다. 자이의 오래된 거리에서 만난 이 500원의 기적은 효율과 이윤만을 쫓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강력한 해독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Travel Episode 3. 자욱한 향 연기 속에 담긴 간절한 소망
자이 성황묘를 가득 채운 향 연기는 대만 사람들의 일상이 기도로 시작되어 기도로 마무리됨을 보여주는 시각적 증거입니다. 성황신 앞에 엎드려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건네는 시민들의 모습은 종교가 삶의 일부를 넘어 삶 그 자체가 된 대만 문화의 본질을 관통합니다. 향을 피우며 소원을 비는 행위는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불안한 내일을 위로받고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 거룩한 의식입니다.
신강 향예술문화원에서 만난 향 제조 장인은 손수 가루를 입혀 막대 모양, 나선 모양의 향을 만들어내며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명절 음식 대신 제사상에 올리는 고기나 생선 모양의 향은 실용성을 넘어선 대만인들의 해학적이고도 섬세한 조상 숭배 문화를 보여줍니다. 찰나에 타버리는 향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가루를 덧입히고 말리는 과정은 기도가 허투루 이루어지지 않음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대만 사람들에게 향은 공부할 때나 명상할 때도 곁을 지키는 정서적 안정제이자 신과의 대화를 매개하는 신성한 통로입니다.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향기로운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풍경은 인간의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 세계와 연결되는 접점을 상징합니다. 자이에서 경험하는 향 문화 투어는 우리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잊고 지냈던 소망을 다시금 일깨우는 명상의 시간이 되어줍니다.
Travel Episode 4. 바다의 보석, 어란에 깃든 장인의 손길
윈린의 고즈넉한 바다 마을에서 만난 어부 가족은 숭어 수확과 함께 어란을 만드는 세밀한 작업으로 겨울의 정점을 찍습니다. 숭어알의 얇은 막이 터지지 않도록 정성껏 손질하는 과정은 흡사 보석을 다루는 세공사의 작업만큼이나 정교하고 조심스럽습니다. 혹여 껍질이 터지면 돼지 내장을 이용해 감쪽같이 수선해 내는 어부들의 숙련된 솜씨는 버려지는 것 없이 식재료를 소중히 여기는 장인 정신의 결정체입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어란이 햇살 아래 줄지어 건조되는 풍경은 바다가 인간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풍요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고급 요리의 대명사인 어란이 완성되기까지의 인고의 시간은 윈린 어부들의 정직한 노동과 대만 자연의 햇살, 바람이 합작하여 만들어낸 예술품입니다. 갓 구워낸 어란의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맛보는 순간 우리는 바다 마을 사람들이 지켜온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됩니다.
여정의 마지막, 거대한 하이힐 모양의 교회를 지나 일몰을 마주하며 자이에서의 시간을 정리하는 것은 평온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하이힐 교회에 얽힌 애틋한 사연과 붉게 물드는 바다는 자이가 가진 다층적인 매력을 하나로 묶어주는 완벽한 배경이 됩니다. 과거의 함성과 오늘의 기도, 그리고 내일을 준비하는 어부들의 손길이 공존하는 자이는 여행자에게 ‘살아있음’의 경건함을 일깨워주며 여운을 남깁니다.

▌Travel FAQ Section
Q1. 자이의 500원 소고기 내장탕 식당은 누구나 방문할 수 있나요? 위치나 방문 시 팁이 궁금합니다.
A1. 이 식당은 주로 인근 대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운영되지만 여행자들도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끼기 위해 많이 찾습니다. 다만 할머니의 연세가 높으시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운영하시는 곳이기에 화려한 서비스나 시설을 기대하기보다 할머니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방문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가격이 워낙 저렴한 만큼 현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으며 할머니의 건강 상태나 개인 사정에 따라 운영 시간이 유동적일 수 있으니 이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할머니와 짧은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마친 후 건네는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는 할머니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Q2. 신강 향예술문화원에서 향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나요? 어떤 향이 가장 유명한지도 궁금합니다.
A2. 네, 신강 향예술문화원에서는 장인의 지도 아래 직접 향 가루를 입혀보는 등 전통 향 제조 공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천연 재료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고 향기로운 고품질의 향을 생산하며 특히 명절용 동물 모양 향이나 명상에 좋은 침향 등이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향 제작 체험은 대만 전통 문화의 정교함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직접 만든 향은 기념품으로도 가치가 큽니다. 방문 전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시면 더욱 알찬 체험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Q3. 윈린 지역에서 어란을 구매할 때 좋은 제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을까요?
A3. 좋은 어란은 빛에 비추었을 때 투명한 주황빛 혹은 황금빛을 띠며 표면에 윤기가 흐르고 단단함이 적당해야 합니다. 색이 너무 어둡거나 검은 반점이 많은 것은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으며 만졌을 때 너무 말랑하지 않고 형태가 잘 유지되는 제품이 최상품입니다. 윈린은 대만에서도 손꼽히는 어란 생산지이므로 생산 현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이 가장 신선하고 저렴합니다. 구매 후에는 진공 포장 상태를 확인하고 서늘한 곳이나 냉장 보관을 해야 오랫동안 고유의 풍미를 유지하며 즐기실 수 있습니다.

▌Travel Analysis by Professor Bion
DailyToc Travel Essay. 변교수에세이 – 함성 뒤에 숨겨진 정적과 연기 속에 맺힌 간절한 삶의 문장들
서문: 이번 에세이에서는 자이의 야구 역사와 향 문화 그리고 민초들의 소박한 식탁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공동체의 기억과 경건한 일상의 가치를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 자이 농림학교의 야구는 식민지라는 거대한 결핍을 스포츠라는 공정의 그라운드에서 극복해낸 인류 보편적 승리의 서사다.
- 할머니의 500원 내장탕은 자본주의의 등가교환 법칙을 무너뜨리고 오직 사랑과 환대만으로 완성되는 관계의 미학을 보여준다.
- 대만의 향 문화는 연기로 사라지는 소멸의 미학인 동시에 인간의 염원을 하늘로 밀어 올리는 가장 역동적인 기도의 언어다.
- 어란을 수선하는 어부의 손길은 자연이 준 선물을 낭비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생명 존중의 철학적 태도를 내포한다.
본질적인 물음부터 시작하자면 무엇보다 먼저 짚고 넘어갈 사실은 한 도시의 정체성은 화려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그 거리를 살아낸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빚어진다는 점입니다. 자이의 야구 동상이 주는 감동은 그것이 단순한 조형물이어서가 아니라 1931년 그라운드 위에서 인종과 계급을 넘어 하나로 뭉쳤던 이들의 뜨거운 호흡이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투혼은 오늘날 자이 시민들에게 어떤 난관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유전자로 전이되어 도시 곳곳에 건강한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점은 화려한 성공의 서사 뒤에 숨은 민초들의 소리 없는 헌신과 자애로움입니다. 90세 노구의 할머니가 새벽부터 끓여내는 500원짜리 내장탕 한 그릇은 효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거룩한 행위입니다. 그 탕 속에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할머니의 시간이 녹아 있으며 이는 배고픈 청년들에게는 끼니를 넘어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정서적 지지대가 되어줍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시야를 조금 더 넓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성황묘를 메운 향 연기 속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됩니다. 향은 타 들어가며 자신을 소멸시키지만 그 과정에서 남기는 향기와 연기는 인간의 비천한 고통을 신의 영역으로 실어 나르는 숭고한 매개체가 됩니다. 대만 사람들이 공부할 때나 기도할 때 향을 피우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정화하고 비우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충만함에 도달하려는 지혜로운 삶의 양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 시대적 흐름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도 자이 사람들이 지켜온 것은 ‘생명에 대한 예우’라는 본질적인 가치입니다. 숭어알의 껍질이 터지면 돼지 내장으로 덧대어 수선하는 어부의 세심함은 자연이 준 식재료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이는 야구장에서의 정정당당한 승부, 식당에서의 따뜻한 환대와 맥을 같이하며 자이라는 도시를 하나의 따뜻한 유기체로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결국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은 이상의 논의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지혜는 오래된 시간 속에 멈춰 서서 그들이 지켜온 가치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입니다. 자이의 야구 방망이와 향나무 막대, 그리고 할머니의 국자는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그 끝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는 한 점으로 수렴됩니다. 이번 여정은 우리에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그 방향의 끝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야 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소중한 가르침의 시간이었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톡 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