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퇴행과 시민의 응급처치 – 1부. 십대여성건강지원단 나는봄┃서울시 복지 행정의 민낯, 민간 연대의 사투
사라진 십대 여성들의 친정, 시민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150일간의 기록
- 서울시의 십대여성건강센터 운영 종료로 인한 위기 청소년 돌봄 공백 발생 및 민간 지원단 나는봄의 긴급 출범.
- 시민 300여 명의 후원과 의료진 및 사회복지사의 무보수 봉사로 이어지는 위태로운 운영 현황과 실태.
- 서울시가 신설한 온라인 성착취 안심 ON 센터의 기능 편중 문제와 탈가정 위기 청소년의 소외 가능성 제기.
- 스웨덴과 일본 등 해외 유스클리닉 사례를 통한 보편적이고 접근성 높은 청소년 친화 공간 확충의 필요성.
▌Strategy & Society Introduction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명목 아래 가장 먼저 잘려 나가는 것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을 지탱하던 가느다란 생명줄이다. 서울시가 예산과 운영 효율을 이유로 십대여성건강센터의 문을 닫았을 때, 그곳을 친정이라 부르던 소녀들은 갈 곳을 잃고 다시 거리와 불안정한 환경으로 내몰렸다. 정책의 변화는 서류상의 글자 몇 자에 불과할지 모르나, 현장의 청소년들에게는 유일한 식사 처이자 안전한 진료실이 사라지는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번 칼럼에서는 공적 체계가 포기한 자리를 시민들이 어떻게 메우고 있는지, 그 눈물겨운 사투를 조명하고자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실적 위주의 전시 행정으로 변질될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직시해야 한다. 서울시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안심 센터를 개소했지만, 정작 기존 센터가 돌보던 탈가정 및 폭력 피해 청소년들의 일상적 돌봄은 외면받고 있다. 온라인 대응의 강화가 오프라인 거점의 폐쇄를 정당화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두 영역의 상호보완적 역할이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복지는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며, 한 명의 아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행정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결국 국가와 지자체가 손을 놓은 자리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선의가 모여 새로운 안식처인 나는봄이 탄생했다는 점은 희망적이면서도 서글픈 현실이다. 실업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아이들의 밥을 짓는 활동가들과 무료 진료를 자처한 의사들의 헌신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근간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복지 구조는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명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제는 시민들의 연대가 보여준 이 귀한 가치를 다시 공적 영역으로 제도화하고 확산시켜야 할 시점이다.

▌Strategy & Society The Main Discourse
Strategy & Society Episode 1. 기본정보
- 명칭 및 위치: 십대여성건강지원단 나는봄, 서울시 마포구 신촌 소재.
- 설립 배경: 2025년 7월 서울시의 십대여성건강센터 운영 종료 결정 이후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9월 긴급 개소.
- 운영 주체: 시민 300여 명의 후원금, 기쁨나눔재단의 공간 후원, 전문가들의 재능 기부로 운영되는 민간 단체.
- 주요 서비스: 여성 청소년 대상 무료 산부인과 진료(초음파, 감염질환, 자궁경부암 등), 식사 제공, 휴식 공간 제공, 온라인 상담.
- 이용 현황: 수도권뿐만 아니라 파주, 청주, 천안 등 지방 거주 청소년들이 원거리 이동을 감수하며 방문 중.
- 서울시 신규 센터: 서울시 온라인 성착취 안심 ON 센터 개소,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에 특화된 구조로 운영.
Strategy & Society Episode 2. 행정 편의주의가 낳은 복지 절벽의 실체
서울시가 기존 센터의 계약 종료 후 새로운 운영 주체를 찾지 않고 폐쇄를 결정한 것은 명백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기존 센터는 단순한 의료 지원을 넘어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등 복합적 위기에 처한 소녀들에게 정서적 지지대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시는 고용 승계조차 거부하며 수년간 아이들과 신뢰를 쌓아온 전문가들을 현장에서 축출했다. 복지 서비스의 연속성이 파괴되면서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돌봐주던 엄마 같은 존재들을 잃게 되었고, 이는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롭게 문을 연 안심 센터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일반 위기 청소년들의 진입 장벽은 오히려 높아졌다. 가출 청소년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이 디지털 성착취 피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규 센터 방문을 주저하거나 자격이 없다고 느낀다. 센터의 이름과 목적이 특정 범죄 대응으로 국한될 때, 보편적 돌봄이 필요한 청소년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 행정은 효율적인 조직 개편이라 주장하지만, 수혜자 입장에서는 지원의 범위가 축소되고 문턱이 높아진 퇴행적 조치일 뿐이다.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서울시의 약속은 현장의 피해 청소년들에게 단 한 번의 연락도 닿지 않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기사에서 언급된 사례처럼 심리 상담이나 병원비 지원이 절실한 청소년들은 행정으로부터 어떤 안내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었다. 민간 활동가들이 개인적인 시간을 쪼개어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 동안, 정작 예산과 인력을 가진 지자체는 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실질적인 지원을 중단했다. 이는 명백한 공공 부조의 직무 유기이며, 행정 공백의 피해를 오롯이 아이들에게 전가한 꼴이다.
Strategy & Society Episode 3. 시민 연대가 증명한 공동체 복지의 가능성
정부가 외면한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시민 300여 명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나는봄을 건립한 것은 우리 사회의 살아있는 양심을 보여준다. 사회복지사와 의료진은 생계의 위협 속에서도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하며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상과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복지가 단순히 예산의 집행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와 관계 맺기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민간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시민이 대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의를 표해야 마땅하지만, 동시에 국가의 부재를 고발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나는봄은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상담을 병행하며 인프라가 전무한 지방 위기 청소년들의 마지막 비상구가 되고 있다. 전북 등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지역의 청소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현실은 우리나라 청소년 지원 인프라의 지역적 불균형을 여실히 드러낸다. 서울 신촌의 작은 공간이 전국구 규모의 상담소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은 현재의 위기 청소년 지원 체계가 얼마나 빈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이 거대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공간 대여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 말 이후 나는봄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숙제를 던진다. 시민들의 선의는 일시적 불을 끄는 응급처치가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복지 안전망을 대체할 수는 없다. 활동가들이 실업급여를 받으며 버티는 구조는 결코 건강한 복지 모델이 아니다. 이제는 지자체가 이들의 헌신을 인정하고, 나는봄이 구축한 청소년 친화적 돌봄 모델을 공식적인 정책으로 수용하여 안정적인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Strategy & Society Episode 4. 글로벌 스탠다드로 본 청소년 친화 공간의 필요성
해외 선진국들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조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유스클리닉 시스템을 이미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의 265개 유스클리닉이나 일본의 60여 개 유스클리닉은 청소년들에게 상담, 진료, 식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며 국가가 아이들의 성장을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들 국가는 특정 범죄의 피해자임을 증명해야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라는 신분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호주의 사례처럼 부모의 동의 없이도 청소년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접근성 강화의 핵심이다. 위기 청소년 대다수가 가정 내 갈등이나 폭력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호자의 동의를 필수 조건으로 내거는 기존 행정 절차는 큰 장애물이다. 청소년 친화 공간은 아이들이 심리적 거부감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의료진과 활동가들이 일상적인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안심 센터는 이러한 보편적 접근성 측면에서 해외 트렌드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범죄 피해 대응을 넘어선 상시적인 청소년 건강 지원 체계의 전국적 확산이다. 위기 청소년들은 자신이 문제가 있을 때만 찾는 병원이 아니라, 언제든 가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집 같은 공간을 원한다. 지자체는 단순히 예산 절감의 논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서 청소년 친화 공간을 바라봐야 한다. 나는봄의 활동가들이 요구하는 전국적 지원 체계 마련은 이제 국가적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Strategy & Society FAQ Section
Q1. 서울시가 기존 십대여성건강센터를 폐쇄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이며, 대안으로 내놓은 안심 센터와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1. 서울시는 기존 센터의 민간 위탁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등 변화하는 성착취 구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센터 기능을 개편했다고 주장합니다. 기존 센터가 오프라인 기반의 종합적인 위기 청소년 돌봄과 의료 지원에 집중했다면, 새로 개소한 안심 센터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성범죄 차단과 피해 구조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개편이 지원 대상을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로 한정 짓게 만들어, 가출이나 탈가정 등 일반적인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소외시킨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결국 행정 효율을 위해 복지의 포괄성을 포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Q2. 시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나는봄은 현재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의 운영 전망은 어떻게 되나요?
A2. 나는봄은 현재 시민 300여 명의 소중한 후원금과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자원봉사로 겨우 유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공간 대여 기간이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라 당장 내년부터 아이들을 어디서 맞이할지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활동가들은 고용 보험을 통한 실업급여로 생계를 이어가며 무보수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 인적 자원의 고갈도 우려됩니다. 현재의 운영 방식은 일시적인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응급책에 가깝기 때문에, 서울시나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나 공공 거점 공간의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운영을 담보하기 매우 힘든 상태입니다.
Q3. 해외의 유스클리닉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이며,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A3. 스웨덴이나 일본 등은 청소년이 범죄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일상적인 건강 관리와 상담을 위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거점을 전국 곳곳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청소년 건강을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핵심 복지 영역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나라도 특정 사건이 터진 후에야 대응하는 사후 약방문식 복지에서 벗어나, 청소년 친화적인 보편적 건강 지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부모의 동의 없이도 신뢰할 수 있는 어른과 상담하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등 법적, 제도적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시급합니다.

▌Strategy & Society Analysis by Professor Bion
DailyToc Strategy & Society Essay. 변교수에세이 – 아이들의 등을 떠미는 국가, 그 손을 잡는 이웃들
이번 에세이에서는 행정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복지 절벽의 폭력성과 그 사각지대에서 피어난 시민 연대의 가치를 철학적 시각으로 성찰해보고자 합니다.
- 효율성이라는 칼날이 복지의 근간인 관계의 연속성을 난도질하고 있는 비정한 현실.
- 디지털 성범죄 대응이라는 명분이 오프라인 돌봄 거점 폐쇄의 면죄부가 될 수 없는 이유.
- 실업급여로 버티며 아이들의 밥상을 차리는 활동가들이 보여준 진정한 공공성의 의미.
-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서울시 행정의 퇴행적 행보에 대한 통렬한 비판.
- 위기 청소년 지원을 위한 보편적이고 친화적인 상시 거점 공간의 전국적 제도화 촉구.
우선 주목할 점은, 현대 행정 시스템이 수치화된 성과와 관리의 편의를 위해 복지의 본질인 정서적 유대감을 얼마나 쉽게 희생시키는가 하는 점입니다. 십대여성건강센터를 이용하던 아이들이 그곳을 친정이라 부르고 활동가들을 엄마라 불렀다는 사실은, 그 공간이 단순한 시설 이상의 생존 공간이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관계의 축적은 오랜 시간과 헌신이 필요하지만, 행정은 계약 종료라는 행정적 절차 하나로 이를 단숨에 파괴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있어 국가의 얼굴은 자신들의 안부를 묻던 활동가들이었으나, 이제 그 얼굴은 차가운 자물쇠가 걸린 폐쇄된 문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어서 고찰할 대목은, 서울시가 내세운 안심 센터의 온라인 특화 전략이 지닌 기만적인 논리와 그로 인한 소외의 구조입니다. 성착취 구조가 디지털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리에 남겨진 아이들의 육체적 질병과 굶주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 대응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오프라인의 따뜻한 밥상과 진료실을 없애는 것은, 마치 암 환자가 많아지니 응급실 문을 닫고 원격 진료기기만 보급하겠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복지는 가장 취약한 고리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오히려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를 지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나는봄 활동가들이 보여주는 숭고한 저항의 방식에 주목해야 하며 이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만듭니다. 자신들의 생계조차 막막한 상황에서 실업급여를 쪼개어 아이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이들의 행보는, 법과 예산 뒤에 숨은 공무원들의 나태함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이들은 단순히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포기한 인권을 시민의 힘으로 수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영웅적 헌신에 의존하는 복지는 결코 정의롭지 못하며, 오히려 국가의 무능을 가리는 비겁한 방패로 이용될 위험이 큽니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 지원 정책은 특정 범죄의 사후 처리반이 아니라 보편적 성장 지원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 스웨덴과 일본의 유스클리닉이 보여주듯, 청소년들이 자신의 신체와 정신적 고민을 언제든 상담할 수 있는 인프라는 국가의 기본 의무입니다. 아이들이 본인이 지원 대상인지 아닌지를 검열하며 주저하게 만드는 센터는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원의 문턱을 높여 예산을 아끼겠다는 발상은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과 청소년들의 고통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상의 사유를 갈무리하며, 서울시를 비롯한 행정 당국은 지금이라도 나는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의 파괴된 신뢰를 회복하는 데 나서야 합니다. 시민들의 선의가 지치기 전에, 그리고 올해 말 공간 대여가 종료되어 아이들이 다시 거리로 흩어지기 전에 공적 지원 체계를 복원해야 합니다. 십대 여성들의 잡은 손을 놓지 않은 것은 시민들이었지만, 그 손을 잡고 안전한 미래로 이끌어갈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국가와 지자체에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친정 같은 공간을 돌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품격 있는 국가의 시작입니다.